한 젊은 남성이 안경을 건네받고서 아들의 그림 을 보고는 눈물을 흘린다. 남성은“이렇게 다양한 색이 있는 줄 몰랐다.”라며 멋진 그림이라고 감동을 전한다. 이것은 적록 색맹을 위해 색 보정 안경을 개발한 회사의 광고다. 많은 사람이 당연 하게 누리는 색의 향연이 색각 이상자에게는 감동으로 다가간다. 온전히 색을 본다는 것은 인간에 게 어떤 의미일까.
색에 대한 인식은 망막에 있는 원추 세포가 결정한다. 원추 세포는 약 700만 개인데 적색과 녹색, 청색 중 어떤 가시광선을 인식하는지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세 종류의 원추 세포는 마치 삼원색처럼 색을 배합하고, 그 배합 비율에 따라 다양한 색을 인식한다. 원추 세포 한 종류는 100 가지 정도의 농담 차이를 구별할 수 있으므로 원추 세포가 세 종류인 일반인은 100의 3제곱인 100만 가지 색을 구별하는 셈이다.
인간이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색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색각 이상’이라고 한다. 색각 이상은 원추 세포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 색을 식별하는 기 능이 약하면 색약, 특정한 원추 세포가 없으면 색맹이라고 한다. 녹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녹색맹, 적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 색맹이 대표적이다. 적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색맹과 청색 원추 세포 이상으로 청색과 황색을 구분하지 못하 는 청황 색맹도 있다. 적색과 녹색 원추 세포에 이상이 생겨 청색약(보라 색약)이 나타나는 때도 드물게 있다. 또 원추 세포 세 종류에 모두 문제가 발생해 색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전(全) 색각 이상도 있다.
색각 이상의 세상은 어떤 색일까? 녹색맹은 신호등에서 빨간불과 노란불을 거의 비슷하게 인식 하고 녹색불은 흰색으로 인식한다. 적색맹은 빨간 불의 붉은색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빨간불과 노란불, 초록불의 색이 다르다는 점은 인식한다. 전 색 각 이상은 흑색과 백색, 회색을 본다.
(A) 색각 이상은 선천적이고 유전적인 경우가 많고,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의 약 6퍼센트, 여성의 약 0.4퍼센트가 색각 이상자로 추정된다. 남성 비율이 더 높은 까닭은 색을 인식하는 원추 세포 유전자가 엑스(X) 염색 체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엑스 염색체는 성염 색체인데, 여성은 엑스엑스(XX), 남성은 엑스와이 (XY)다. 색맹은 열성 유전이기에 남성은 엑스 염색체가 열성이면 색맹이 된다. 물론 후천성도 있다. 당뇨 망막증이나 황반 변성, 녹내장, 시신경 유두 부종, 시신경염 등으로 색맹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원인 질환이 치료되는 정도에 따라 증상이 호전되거나 악화된다.